Vol.14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를 위해 더블하트 러브레터 - 더블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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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를 위해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를 위해>


“나는 27살에 결혼해서 30살 전에 아기를 낳고 싶어.”

 

20대 초반, 갓 입사한 사회초년생이었던 내가 늘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1년, 2년 시간이 점점 흐르고 의도치 않게 일에만 집중하며 살다 보니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 감정싸움 하는 연애보다 즐거운 워커홀릭이 되어있었다. 승진을 위해서라면 타지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고, 근무시간을 넘기고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날도 있었지만 차가워진 밤공기를 느끼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상쾌하기까지 했다. 크고 작은 성과들이 내 경력에 한 줄, 한 줄 쌓이는 걸 보며 지금처럼 일에만 집중하는 생활이 즐거웠다. 내가 떠들고 다녔던 27살의 결혼은 어느덧 실패한 목표가 되었고, 27살, 28살이 되고 30살을 앞에 두고 있었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마냥 나이가 차면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육아를 하며 살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나이가 들고 현실을 마주하니 일하는 여성이 아무 고민 없이 덜컥 아기를 낳기란 쉽지 않았다. 쉬지 않고 10년 넘게 달려온 내 커리어가 잠깐 멈춰 서거나 혹은 후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1년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하며 계속해서 미루게 됐다. 게다가 건강 문제로 병가를 내면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았던 내 미래에 먹물마저 쏟아버린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고결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지만, 감동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떠올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부터 들었다. 내가 올해 세웠던 커리어 목표들은? 내년에 또 휴직하면 지금도 나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동기, 후배들은 얼마나 앞서 나갈지 모르는데 괜찮을까?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에 나는 마치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일을 좋아하던 나에게 지금의 모습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었고, 자존감이었다. 출산 후 아기와 집에 단둘이 남아 하루 종일 육아를 하다보니 그 감정들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달라진 낯선 내 모습, 육아 외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 그러다 문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기를 안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5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숨통이 트이고 머리가 맑아졌다. 어쩌면 후회하는 순간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낯선 세상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며 내 품에 기대있는 아기를 위해서 앞으로의 나는 후회해선 안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우리가 꿈꿨던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10대의 나는 연기자를 꿈꿨고, 20대의 나는 결혼을 상상했다. 수많은 선택들이 내 앞에 놓여 있었고, 그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출산과 육아는 단지 그동안 내가 겪어왔던 수많은 갈림길 중 하나일 뿐이었다. 왜 유독 육아로 인한 변화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 육아라는 단어를 빼고 생각해 보면 그저 지금까지 살면서 계속해 왔던 여러가지 선택의 순간 중 하나일 뿐인데.

 

일은 멈췄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를 포기한 것 같았지만 새로운 나를 찾았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유치한 소설을 써서 서로 돌려보고 즐거워하던 어릴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나를 써 내려가고 있다. 육아는 오히려 그동안 내가 잊고 지냈던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떠올리게 해줬다. 직장인의 나는 쉬고 있지만, 엄마인 나는 쉬지 않고 있다. 엄마라는 선택을 하였기에 작가가 되어 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타지 생활 7년 만에 처음으로 동네 친구도 사귀었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와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오늘은 연필을 꺼내 들어 그림을 그려본다.

 

놓쳐버렸다고 생각했던 꿈과 목표는 사실 놓쳐버린 것들이 아니었다. 더 좋은, 새로운 꿈과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놓아버린 것들이다. 연기자를 꿈꿨던 나는 사라졌지만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나는 남았다. 워커홀릭 나는 없어졌지만, 엄마인 나를 얻었다. 평생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얻었다. 여전히 나를 응원하는 남편, 부모님, 지인들이 있고 새로운 일들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여자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큰 변화이다. 거울 속 내 모습이 가끔은 낯설기도 하고, 육아만 하다가 끝나는 하루에 슬퍼지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크게 심호흡을 해보자.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나를 위한 시간을 소비해 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되니 따뜻한 물에 노곤하게 몸을 녹이는 일부터 시작해도 좋다.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온전한 나를 잊어버렸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엄마가 된 것’이 아니라, ‘엄마인 내가 된 것’이니까.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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