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 아침의 모양 더블하트 러브레터 - 더블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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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8. 아침의 모양




“아침이다, 아침이야!” 창밖으로 들어오는 엷은 빛을 확인한 순간, 네 살 건희는 벌떡 일어나 말했다.

“엄마, 아침이에요!” 마치 머리맡에 놓인, 생각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신이 나서 외치는 건희의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웠다. 건희는 아직, 오늘과 내일이 이어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나 보다. 

아마 태초의 인간도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이 왔을 때, 기적처럼 기뻐하지 않았을까. 

 

머릿속에 ‘고인돌 가족’ 만화가 떠올랐다. 나는 일기장 한 쪽에 원시인 복장을 한 건희를 그려놓고 하하하 웃었다. 

그런데 건희의 신나는 기상이 계속 이어지자,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조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웃으며 아침을 시작한 적이 있었던가.

 

우선 나는 건희처럼 아침을 창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밤새 내 곁에 누워있던 핸드폰 화면을 톡톡 두드려 정확한 숫자로 표기된 아침을 봤다. 

‘아, 벌써.’ 라는 신음 같은 혼잣말이 튀어나오고, 이어서 마음속으로 5분만을 외치다가, 겨우 이불에서 빠져나오면, 얼굴에 붙은 어제의 피로를 떼어내듯 세수를 했다. 

 

거울에 비친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오늘 뭐해야 하더라?’를 묻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더 이상 네 살 아이처럼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 것에 놀라지도 감사하지도 않았다. 

매일 밤, 잠자리에 누울 때, 다음 날이 또 올 거라는 사실을 의심한 적도 없었다. 아니 내일뿐인가, 나에게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시간들. 

일주일 후, 한 달 후, 몇 달 후의 일정도 척척 잡아가며 살고 있다. 이렇게 당연해도 될까. 나는 선물을 받고도 고마워 할 줄 모르는 무례한 사람이 돼버린 건 아닐까. 

 

그러다 어느 평범한 날, 사건이 터졌다. 

 

하루 종일 별 탈 없이 잘 놀던 건희에게 미열이 느껴질 때만해도, ‘아, 또 감기구나. 또 열이 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대다수의 엄마가 그렇듯, 열과 감기와 병원행차 같은 것들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별일 아니었고, 그만하면 다행인 일이었다. 

그래서 미열 정도에는 더 이상 호들갑을 떨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이미 저녁이라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집에서 열 체크를 하며 지켜보다 내일 아침에나 가볼 작정이었다. 

건희는 이날 평소보다 쉽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한 시간 만에 엄청난 열과 함께 숨을 쉬지 않았다. 

그 5분. 119에 신고하고 구급차가 오는 5분 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불이 꺼진 건희의 얼굴은 언젠가 보았던 도자기 인형보다도 더 하얗게, 핏기가 싹 빠져있었다. 

 

남편과 나는 계속 건희야, 건희야!!! 이름을 부르고 흔들며 소리 쳤지만, 몸은 힘없이 축 늘어져서 이미 생명이 빠져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건희랑 깔깔거리며 웃고, 손을 맞잡고 걸으며 흥얼거리던 순간들, 지겹게 하는 술래잡기나 아주 사소하고 반복되던 날들이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았다. 

5분 후, 구급차가 제때 도착했다. 아이를 받아 줄 응급실도 운 좋게 찾았다. 늦지 않게 모든 조치가 이루어졌다. 몇 가지 검사를 받고 며칠 더 입원해야 했지만, 

다시 위급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만 낮이고 밤이고 잠시 눈을 떼었다 볼 때면, 건희의 배 부분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지를 체크했다. 

새벽에는 불쑥 눈이 떠져서 아이의 코 밑에 손가락을 대고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해야 다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랬다. 삶은 무한정 이어지지 않는다. 아침 역시 당연하게 받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창부터 연다. 오늘은 안개가 꼈네, 오늘은 새소리가 많이 들리네, 오늘은 벌써 해가 떴네, 덥겠다.

 

아침은 매일 다르고, 나는 새 아침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세수를 하고 나서 거울 속에 내 얼굴을 보며 일부러 씩 웃는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보자. 말하듯이, 커피를 정성들여 내리고, 미리 들고나갈 가방을 싸두고, 

시간이 남으면 가족들이 일어날 때까지 스트레칭도 하고 책도 읽는다. 나는 아침을 썩 괜찮게 받는 사람이 되고 있다.

 

반면 여섯 살이 된 건희는 이제 아침에 신나게 뛰지 않는다.

아침을 흘깃 바라본다. 살짝 확인하고 재빨리 눈을 꾹 감는다. 못 본 척 더 잠을 자려는 모습에 나는 또 큭큭 웃음이 난다. 

몇 년 후에는 엄마 5분만을 외치고, 알람을 여러 개 맞추며,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일으킬 아침도 오겠지. 

그러면 나는 다시 너에게 배운, 아침을 맞이하는 방법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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