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 조금만 내려 두고 사랑을 전해 주세요 더블하트 러브레터 - 더블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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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2 조금만 내려 두고 사랑을 전해 주세요




<조금만 내려 두고 사랑을 전해주세요>


그날은 유독 힘든 날이었다. 


‘파워 인싸’ 아빠 덕에 삼칠일을 넘기자마자 데뷔 전을 성황리에 치른 우리 똘망이는 보는 사람마다 순둥이라고 했다. 

쪽쪽이는 잠이 올 때만 물었고 낯선 사람을 봐도 울지 않았다. 처음 본 이모 품에서도 잠드는 세상 순한 아기.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육아 이거 생각보다 쉬운데?”


수면 교육을 하지 않았지만 알아서 통잠을 잤고 약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은 있었지만 결국 낮잠도 혼자 누워서 자는 경지에 이르렀다. 

모든 게 낯설고 어렵기만 했던 날들이 지나가고 여유로운 삶이 펼쳐졌다. 꽤나 일정하게 짜인 스케줄로 돌아갔다. 

밥 먹이고 병풍 사이에 아기를 눕혀 두고 음소거로 자막을 켠 상태로 티비를 보다가, 칭얼거리면 인형을 안겨주고 토닥이면 알아서 잠들었다. 

며칠 같은 날이 반복되자 지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너무 아기를 안 안아줬나? 싶은 날도 있었다. 너무 자만했을까?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날은 이상하게 첫 수유를 하고 낮잠을 자는 타이밍에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결국 안아서 달래야 했다. 

의자에 잠깐이라도 앉으면 다시 울기 시작해 부엌을 서성이며 서있었다. 잠들었다가도 누우면 금방 깨서 결국 눕히는 걸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겨우 진정시켜 안아 들고서 시계만 쳐다보며 다음 수유 텀을 기다렸다. 3시간을 기다리기도 힘들어 2시간이 좀 넘으면 수유를 해야 했다. 

수유하고 십 분 정도는 누워서 얌전하기에 긴 시간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여지없이 다시 울면 안아 들고 부엌이며 거실, 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거의 12시간 내내 안고 서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하루였다. 다음 수유 텀엔 자겠지, 이번엔 잠들겠지, 기다리며 오후 8시가 되었다. 

밖은 조용했고 어두웠다. 살짝 잠들려면 아기가 다시 깨 울음을 터트리자 나도 같이 터져버렸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엄마도 너무 힘들단 말이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정말 글자 그대로 엉엉 소리가 절로 나게 서럽도록 눈물이 났다. 

제법 무거워진 아기를 안고 하루 종일 서있었으니, 몸도 마음도 너무나 지쳐있었다.


문득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주저앉아 울고 있을 때부터 이미 집안은 내 울음소리로만 가득 차 있었다. 고개를 숙여 아기를 바라봤다.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날 내 품에 안겨 있던 아기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나 슬픈 눈으로, 마치 내 말을 알아들은 것 마냥 멍한 표정으로 미안하다는 듯 안겨 있었다. 

가슴을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너도 이제 세상에 나온 지 백일도 안 지난, 모든 게 너무나 낯설고 무서운 그냥 갓난아기일 뿐인데.’


그 많은 감정 중 하필 나의 이 힘든 마음이, 슬픔이 전해진 게 아닐까 너무 미안했다. 아기를 다시 꼭 끌어안았다. 

엄마가 너무 미안해, 진심이 아니야 엄마는 너를 너무 사랑해. 이번엔 미안함의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왜 힘들었을까. 긴 시간 무거운 아기를 안고 서 있어서? 밥도 못 먹고 하루가 지나서? 울음소리에 하루 종일 시달려서?


아니었다. 내가 그날 너무나 힘들었던 이유는 낮잠에 집착하고, 수유 텀을 계산하며 하나씩 밀려나는 낮잠과 수유를 지키려 애썼기 때문이었다. 

누워서 스스로 자야 한다는 생각에 눕혀 두기 바빴고, 잠들지 않은 아기를 달래려 결국 억지로 수유를 앞당기고, 당연히 배가 덜 고프니 남기고, 

짧아진 수유 텀을 다시 맞추려다 지쳐서 수유하고, 그러니 낮잠도 다시 틀어지고 엉망이었다. 첫 낮잠을 건너 뛴 것뿐인데 그로 인해 하루가 완전히 꼬여 있었고 

나는 그걸 풀어내려 집착하느라 하루 종일 온 신경이 곤두섰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스케줄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한 텀쯤, 하루쯤 어긋나더라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낮잠 시간에 안 자고 울면 그냥 안아 들고 서있기로 했다. 

10분, 20분 시간이 걸려도 그냥 기다려 주기로 했다. 물론, 너무 힘들어 울고 싶은 날은 계속해서 나를 찾아왔다.


그래서 매일 아침 나는 다짐한다.


혹시 오늘 하루, 육아가 너무 힘들다면 조금만 내려놔 보자. 집착을 벗고 정해진 일정을 잠시 잊어버리자.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우리 아기에게 사랑하는 마음, 긍정적인 생각만 전해주자. 오늘 하루도 오롯이 아기와 사랑을 나누자, 항상 웃게 해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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